2011년 6월 15일 수요일

[매일경제] 흔들리는 애플의 이노베이션 신화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K사를 이끌고 있는 백인성 사장(38)은 최근 애플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한 세계개발자포럼(WWDC) 2011 행사장에서 새 운영체제(OS)인 iOS5와 새 서비스 `아이클라우드(iCloud)`를 발표하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아이폰ㆍ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직원들은 열광했지만 백 사장은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4분기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카메라 기능을 연동한 앱을 선보일 예정이었는데 iOS5에 내장된 트위터와 포토스트림(아이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인터넷에 저장하는 기능)이 적잖은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백 사장은 "애플이 SNS 기능을 내장할 것이란 소문은 있었지만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며 "앞으로 앱 개발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글로벌 IT 생태계(공생 구조)를 `재정의`했다고 평가받던 애플이 최근 소프트웨어(SW) 개발자, 액세서리 회사, 경쟁 스마트폰 회사 측에서 듣는 원성이 커지고 있다. 애플이 중소 벤처 소프트웨어 회사 아이디어를 흡수해 자체 기능에 내장하고 `아이클라우드`와 같은 서비스를 선보이자 이 같은 서비스를 개발하던 중소 벤처기업들이 설 땅을 잃고 있다. 경쟁 스마트폰사가 제기한 특허 소송에서 사실상 패소하고 핵심임원이 퇴사하는 등 애플식 혁신이 퇴색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먼저 애플이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애플 iOS5에 내장된 `트위터` `아이메시지` `포토스트림` `리마인더스` 등 기능 때문에 카카오톡, 파랑새, 푸딩, 카메라플러스, 어썸노트, 에버노트 등 국내외 유명 앱 개발사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박성혁 딜로이트컨설팅 이사는 "애플은 하드웨어 회사였지만 최근 소프트 플랫폼으로 중심을 옮기는 것을 증명했다"며 "애플이 기존 회사처럼 시장장악력을 이용해 문어발식 확장을 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인터넷에 무료로 저장공간을 주는 `아이클라우드`는 유클라우드, N드라이브, 드롭박스 등 서비스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포레스트리서치의 마크 멀리선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독립된 기술회사들 발상을 모방해 그와 같은 기능을 자사 소프트웨어에 도입해 나간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 와중에 아이클라우드는 미국 VolP(인터넷 전화)업체 iCloud 커뮤니케이션스와 유사해 상표권 분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14일 공개된 노키아와 진행한 특허 소송 결과도 애플이 자화자찬했던 `애플식 혁신`이 결국 모방임을 증명한 것이란 평가가 많다. 애플은 이날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침해한 특허 사용료를 일시불로 노키아에 지불하기로 결정했다. 구체적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폰 누적 판매량 2억대를 감안하면 수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가 "애플이 우리 특허 대열에 동참해 매우 기쁘다"고 비꼴 정도였다. 애플은 `이스트만 코닥`과 진행한 소송(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미리보기가 코닥의 특허라며 내건 소송)에서도 패소 위기에 몰려 있으며 삼성전자와 벌이고 있는 소송도 유리하지 않다.

아이폰 신화를 쌓아 올렸던 고위 임원이 이탈하는 것은 `애플이 정점에 왔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날 애플 매장 신드롬을 창조한 `애플스토어` 책임자 론 존슨이 최근 JC페니로 이직했다. 론 존슨은 애플 유통ㆍ소비자 판매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유통업계 스티브 잡스`라는 별명을 얻은 인물이다. 이에 앞서 애플 기기에서 핵심인 디자인을 맡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도 "(고향인)영국에 돌아가고 싶다"며 이직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매년 6월이면 새 하드웨어를 선보였던 애플이 차세대 아이폰 공개를 늦추는 것도 애플식 혁신이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조산구 LG유플러스 상무는 "애플이 초기에는 혁신의 대명사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여러 개발사 아이디어를 낚아채는 `빅 브러더(Big Brother)` 모습도 비친다"며 "탐나는 기능이 있으면 구글이나 트위터는 업체를 M&A하거나 기술을 수용해 보상을 해주는데, 애플은 독점적인 지위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만 보인다"고 지적했다.

[손재권 기자 / 김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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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 Kuk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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