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607조원(2000년 3월)에서 지금은 102조원으로 추락.`
2000년대 초반 기술주의 풍향계로 불리며 세계 IT 대표 기업으로 군림했던 통신장비업체 시스코의 명성이 곤두박질하고 있다.
급기야 2002년 IT버블이 꺼진 후 처음으로 사상 최대 규모 인력 감축을 계획 중이다.
로이터는 12일 시장전문가들 예상을 종합해 "시스코가 총 직원(7만3000명) 중 4%에 해당하는 3000명 정도를 구조조정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존 체임버스 시스코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회계연도에 인력 구조조정을 통해 약 10억달러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이번 구조조정은 2002년 닷컴 버블 때 2000명 감원 규모를 넘어선다. 특히 다른 IT업체들이 스마트폰 등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바탕으로 엄청난 성장을 하는 점을 감안하면 시스코의 몰락은 더욱 두드러진다.
시스코는 11일 지난 분기 18억달러 순이익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22억달러)보다 18%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시스코는 실적 보고서를 통해 기업 이익 감소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스코의 몰락은 주력 사업인 라우터와 스위치(인터넷 연결을 위한 필수 장치, 데이터 전송과 배분을 담당) 등의 사업이 정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비디오카메라 등 소비자 부문 실적이 부진한 탓이다.
시스코의 스위치 부문 판매실적은 지난해 10~12월 7%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3월에도 9%나 축소됐다.
이는 연평균 10% 이상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해 무리하게 인수ㆍ합병(M&A)에 나선 결과 핵심 사업이 약화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10년간 시스코에 새롭게 합류한 30여 개 기업들은 핵심 시장에 대한 집중력을 흩뜨려 놓았고 결국 실적 급감이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시스코는 케이블 셋톱박스 업체인 사이언티픽 애틀랜타나 플립형 비디오카메라 업체인 퓨어디지털 등 주력 사업과 관계없는 회사를 사들이는 데 80억달러나 써버렸다. 결국 시스코는 지난 4월 플립형 카메라 사업 철수를 선언하고 엔터테인먼트 부문 일부와 함께 총 550명을 해고했다.
무리한 M&A와 핵심 사업 부진으로 악화된 경영실적은 결국 인력 구조조정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스코는 이미 지난달부터 명예퇴직 명목으로 조기퇴직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시스코는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50세 이상 직원 가운데 나이와 재직연수를 합친 수가 60을 넘는 경우 자발적 조기퇴직 해당자가 된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보다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IT 기업 선두주자로서 발 빠른 의사 결정이 강점이던 시스코가 점차 덩치가 커지면서 관료주의적 조직으로 변해 간 점도 실적 악화의 원인이다.
비효율적 내부위원회와 연합 회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는 의사 결정 속도를 낮춰 변화하는 IT환경에 시스코가 적응하지 못하는 요인이 됐다.
체임버스 CEO도 최근 주주와 직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시스코는 그동안 의사 결정 과정이 지나치게 느렸으며 이로 인해 주주와 고객들에게 신뢰를 잃었다"고 반성했다. 그는 "앞으로 경영의 초점을 고객 신뢰 회복에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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